주식-도박인 줄만 알았는데, 시작할 수 밖에 없던 이유.
주식은 도박이라고 생각했다. 주식하면 들었던 말은 패가망신, 도박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.
정확히는 "함부로 손대면 안 되는 것" — 딱 그 정도의 인식이었다. 뉴스에서 누가 주식으로 집을 날렸다더라, 누가 빚더미에 앉았다더라 하는 이야기만 듣고 자란 세대다 보니, 주식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. 그런 내가 결국 주식을 시작하게 된 건, 거창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현실이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.
월급만으로는 답이 안 보이던 시기
매일 출근하고, 매달 대출금 갚고, 생활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. 열심히 사는 것과 별개로 "이대로 가면 뭐가 달라질까"라는 질문에 답이 나오지 않았다. 몸으로 버는 돈만으로는 도저히 앞이 안 보였다.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그 계산 — 지금처럼만 살면 10년 뒤에 뭐가 달라져 있을까 — 을 하다 보니 답답함만 남았다. 정말 앞날에 희망이 전혀 없는 듯 하니 죽을 것만 같았다.
그래서 뭐라도 해보자, 싶었다. 거창한 투자 철학이 있었던 건 전혀 아니다. 그냥 "이대로는 안 되겠다"는 절박함이 먼저였다.
국내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선택한 이유
아내가 그동안 택배하면서 고생했다고 선물로 쥐어준 돈, 200만 원. 그게 시작이었다.
국내 주식은 당시 10만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고 유튜브에선 모두 다 삼성전자를 외쳤기에 조금 사 보았다. 그런데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. 가격이 오를 줄 알았는데 한 달 두 달이 가도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수익을 주지는 않았다. 그래서 결국 손해 보고 판 것이 국내 주식에 대한 나의 첫 경험이었다. 그럼 미국 주식은 어떨까. 원화보다는 달러가 낫지 않을까, 하는 아주 단순한 계산이었다. 지금 돌아보면 정교한 판단이라기보단 직관에 가까웠지만,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.
큰돈은 아니었지만, 그 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.
뭘 사야 할지 몰라 유튜브부터 뒤졌다
문제는 그다음이었다. 뭘 사야 하지?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. 소수몽키, 미주은 같은 채널을 보면서 "이것도 좋다더라" 하면 사고, "저것도 좋다더라" 하면 또 샀다. 애플도 사보고, 마이크로소프트도 사보고, 엔비디아도 사보고, 이름만 들으면 다 사봤다. 지금 생각하면 투자라기보단 그냥 "따라 사기"에 가까웠다.
다행이었던 건 타이밍이었다. 코로나가 오기 전, 미국 시장은 뭘 사도 대충 오르던 시기였다. 몇 만 원씩 벌었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. 그땐 몰랐다. 이게 실력이 아니라 그냥 시장이 좋았던 거라는 걸. 그 착각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.
200만 원이 남긴 것
지금 돌아보면 그 200만 원이 나에게는 "이거 해도 되는구나"라는 이상한 자신감을 심어준 돈이었다. 물론 그 자신감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 건 아니었다. 시장을 몰라도 오르는 시기에 붙은 자신감은, 시장을 안다는 착각으로 이어지기 쉽다. 그리고 그 자신감은 다음 이야기 — 어쩌다 마주친 테슬라, 그리고 지금의 훨씬 큰 결정 — 으로 이어졌다.
돌아보면 이 시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,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다. 다만 그 조급함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.
이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며, 한 개인의 투자 경험과 회고를 기록한 글입니다.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
